[시사의창=소순일기자] 한국 사회는 오랜 세월 동안 효(孝)를 삶의 중심에 두었다. 효는 가족윤리가 아니라 공동체가 유지되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구조적 가치였다.

시사의창 전북동부취재본부장 소순일


이 원리는 세대 간 책임과 존중을 자연스럽게 형성하며 사회 질서의 기초로 작동했다. 그러나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효의 가치는 의례와 기념의 영역으로 밀려났고, 실천의 무게는 점차 가벼워졌다.

오늘의 한국 사회를 살펴보면 갈등은 더욱 복잡해졌다. 세대, 지역, 계층, 정치적 입장의 차이가 겹겹이 쌓이면서 공동체 내부의 균열은 깊어졌다.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경계하고, 책임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공동체 정신이 약화된 사회에서 흔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효는 이 갈등의 시대에 다시 들여다볼 가치다. 효는 인간 존엄을 기반으로 한다. 존중과 책임, 배려와 공감의 원리를 사회 전반에 스며들게 하는 힘이 있다. 효의 정신을 세대 간 관계뿐 아니라 지역사회, 일상적 소통, 공동체 운영 전반으로 확장해보면 지금 필요한 통합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지금, 세대 간 거리는 더욱 커지고 깊어지고 있다. 청년은 미래 불안을 말하고, 고령층은 생애의 존엄을 이야기한다. 두 세대의 요구는 서로를 향해 가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쌓이기만 한다. 효는 이 사이에 놓인 틈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세대를 잇는 광범위한 상호 돌봄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동체의 연결성이 약해진 시대일수록, 효는 사람과 사람을 묶어내는 상징적 역할을 한다. 마을에서 어르신과 청년이 함께하는 돌봄 프로그램, 지역의 이야기와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는 문화 활동은 효의 현대적 모습이 될 수 있다. 효는 전통문화에만 머무는 개념이 아니라, 공동체를 되살리는 실제적 접근이 가능하다.

효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가치가 아니다. 미래 사회에서 더 절실한 가치다. 기술이 발달하고 개인화가 심화될수록 사람의 마음과 관계는 멀어지기 쉽다. 효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인간의 품격을 유지하고 공동체의 방향성을 잃지 않게 하는 기준이 된다. 한국사회가 앞으로 무엇으로 연결되고 무엇으로 이어질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통합의 길을 찾으려면 가치의 중심을 다시 세워야 한다. 효는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지켜온 중심이며, 지금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정체성의 원천이다. 전통은 과거로 향하는 문이 아니라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효를 새롭게 읽고 실천하는 일은 곧 한국 사회가 다시 연결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