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협력 확대와 한미동맹 강화를 약속했다. 양국은 교착상태에 빠진 관세 협상 외에도 ‘안보 패키지’ 협의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으며, 이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과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 허용을 공식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대미 투자와 구매를 확대해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겠다”며 “조선 협력을 적극 추진해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실질적 한미동맹 심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이제 조선업의 대가(master)가 됐다”며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비롯해 미국 여러 지역에서 한국 기업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머지않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구체적 투자금 운용 등 세부 쟁점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지만, 안보 분야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제한돼 북한과 중국의 잠수함 추적에 어려움이 있다”며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신다면 한국이 자체 건조한 잠수함으로 한반도 방어 활동을 수행, 미군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문제를 포함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의가 진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한민국은 방위비 증액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 자체 방위 역량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은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가 아직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에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당신과 당신의 팀,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합리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회담에서는 주목받았던 북미 정상 간 회동 불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을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회담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만으로도 한반도에 평화의 온기를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여러 분쟁 지역에 평화를 가져온 ‘피스메이커’”라며 “저는 그분이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며, 우리 관계는 좋다. 다만 이번에는 시기가 맞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주를 상징하는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며 우의를 다졌다. 두 정상은 악수와 함께 기념촬영을 마친 뒤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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