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고창군 대성농협 강당에서 열린 ‘미산제 흥보가의 미(味)’ 공연은 잊혀가던 판소리의 혼을 되살리고, 예향 고창의 정체성을 다시 세운 예술적 복원의 자리였다 / 최진수 기자
[시사의창=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이 다시 한번 ‘소리의 고장’으로서의 명예를 되찾았다.
지난 10월 25일, 고창군 대성농협 강당에서 열린 ‘미산제 흥보가의 미(味)’ 공연은 잊혀가던 판소리의 혼을 되살리고, 예향 고창의 정체성을 다시 세운 예술적 복원의 자리였다.
이번 행사는 고창군이 주최하고 (사)고창심원전통예술진흥원과 정선앵 가야금병창 및 산조연구소가 공동 주관, 대성농협(조합장 박윤규)이 후원했다.
이날 무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전통예술이 다시 숨 쉬는 ‘문화 자립’의 선언이었다.
“고창의 흙냄새와 사람의 숨결이 녹아든 소리가 바로 미산제 흥보가입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안예솔 (사)고창심원전통예술진흥원 이사장의 인사말처럼, 고창은 단순한 지역이 아니라 ‘소리의 DNA’를 품은 땅이다.
‘미산제’는 동편제의 강직함에 섬세한 감정선을 더한 유파로, 힘과 품격, 그리고 인간적인 온기를 동시에 품고 있다.
정소영 명창은 스승 박초월 명창의 정신을 이어받아 ‘미산제 흥보가’를 완성도 높게 재현하며, 고창 소리의 맥을 다시 이어냈다.
10월 25일, 고창군 대성농협 강당에서 열린 ‘미산제 흥보가의 미(味)’ 공연은 잊혀가던 판소리의 혼을 되살리고, 예향 고창의 정체성을 다시 세운 예술적 복원의 자리였다 / 최진수 기자
‘미산제 흥보가의 미(味)’라는 공연 제목에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아름다움의 ‘미(美)’를 넘어, 소리의 ‘맛(味)’을 느끼게 하겠다는 뜻이다.
공연은 정숙 명창의 ‘초앞’으로 문을 열고, 이태영 명창의 ‘매품을 팔러 가다’가 이어지며 소리판의 온도를 끌어올렸다.
무대의 중심인 정소영 명창은 ‘흥보가 비는 대목에서 도승이 내려오는 대목’을 진계면으로 이어가며 단단하고 절제된 울림으로 관객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양희빈 명창은 ‘도승이 집터 잡아주는데서 제비가 흥보집으로 날아가는 대목’을 완창하며 무대를 장식했다.
정선앵 명인과 주정수 명인의 가야금병창이 무대 / 최진수 기자
이어 고창이 낳은 정선앵 명인과 주정수 명인의 가야금병창이 무대를 이어받았다.
그들의 절제된 손끝과 단단한 음색은 고창의 바람과 흙을 품은 듯 깊고 진했다.
고수 홍석렬 선생의 북장단은 묵직하면서도 유연했다. 그의 북소리는 마치 인생의 리듬처럼 소리꾼의 숨을 살리고, 무대의 중심을 단단히 받쳐냈다.
공연의 중심에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었다.
가난하지만 성실한 흥보, 탐욕과 교만의 놀보 그들의 인생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초상과 다르지 않았다.
관객은 “흥보가 매품을 팔러 가다” 대목에서 웃었고, “박을 타는 대목”에서 박수가 터졌다.
그날의 관객은 단순한 청중이 아니었다. 그들은 ‘함께 부르는 인생의 합창단’이었다.
정소영 명창의 목소리는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인생의 기록이었다.
그 소리는 기술이 아닌 진심으로부터 나왔고, 바로 그 진심이 ‘미산제의 미(味)’였다.
이날 현장을 찾은 오세환 고창군의원은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과 함께 깊은 감동을 나눴다.
그는 “오늘 고창에서 울려 퍼진 소리는 대한민국 전통예술의 내일을 여는 울림이었다”며
“고창이야말로 우리 전통예술의 심장이자 중심이다.
지역의 예술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창작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평소에도 전통문화예술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단순한 ‘관람형 문화’가 아닌 ‘참여형 예술공동체’를 지향하며, 고창군의 문화자립 정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그는 “전통예술은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문화의 원동력”이라며
“고창의 판소리, 농악, 가야금 등 토착예술을 중심으로 문화산업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격려를 넘어, ‘정책적 약속’이었다.
지역의 예술인들이 뿌리 깊은 문화적 기반 위에서 창작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날의 무대가 감동이었다면, 오세환 의원의 발언은 그 감동에 ‘미래’를 더했다.
‘미산제 흥보가의 미(味)’ 공연은 단순한 예술행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창 전통예술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소리는 멈췄지만, 예향의 혼은 여전히 뜨겁게 타올랐다.
정소영 명창은 공연을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소리의 미(味)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옵니다.
오늘 우리는 고창의 마음을, 그 마음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그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했다.
고창의 전통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의 뿌리이자 내일의 희망이다.
그 중심에는 정소영 명창의 혼, 그리고 오세환 의원의 지원 의지와 같은 ‘문화의 주춧돌’이 있었다.
고창은 지금, 다시 ‘소리의 고장’으로 깨어나고 있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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