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듀오리사이틀 포스터


[시사의창=원희경 기자] 유지연·양예진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이 가을밤을 물들였다.

지난 23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일신홀에서 유지연·양예진 피아니스트는 보로딘, 인판테, 미요, 라흐마니노프 등을 연주하며 호흡을 맞췄다.

연주는 계절의 결을 따라 움직였다. 첫 악구는 낙엽이 바스락이는 보도처럼 살짝 밟히는 터치로 시작해 고요한 시냇물처럼 흐르더니, 급작스러운 크레셴도로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느린 호흡으로 가로수길을 거닐 듯 음형을 빚다가, 클라이맥스에서는 야구장 만원 관중의 파도 응원처럼 포르티시모가 터졌다. 페달이 남긴 잔향 위로 관객의 숨소리까지 건반을 따라 묶이며, 피아노는 홀의 공기를 하나의 리듬으로 엮어냈다.

이날 무대의 축은 유지연의 안정적 프레이징과 양예진의 선명한 아티큘레이션이었다. 라흐마니노프에서 펼쳐진 옥타브 질주는 과감했고, 미요의 리듬 변주에서는 두 피아니스트의 시소 같은 밸런스가 돋보였다. 보로딘과 인판테에선 4손 편성의 장점이 살아나며 테마와 대선율이 미세한 타이밍 차이로 입체감을 만들었다. 공연 말미, 관객은 연주자와 같은 박자에 호흡을 고르며 긴 여운을 나눴다.

유지연 피아니스트가 연주가 끝난 후 한강합창단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지연 피아니스트는 덕원예술고를 거쳐 독일 도르트문트 국립음대(데트몰트 아빌텔룽 도르트문트)에서 전공 학사(Vordiplom)를, 뒤셀도르프 로베르트-슈만 국립음대에서 전문연주자 석사(Diplom)를 취득했다. 국내외 무대에서 실내악과 반주, 협연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듀오 프로젝트는 세종체임버홀 무대(2024년)에 이어 일신홀로 확장한 연속 기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강합창단 반주자로도 활동 중인 그는 파트너의 호흡을 세심하게 듣는 ‘동반자적 피아니스트’라는 평가를 받는다. 솔로에서 드러난 또렷한 음상과, 실내악·합창 반주에서 필요한 배합 능력을 한 무대에서 균형 있게 보여 주며 관객의 신뢰를 쌓는 중이다.

원희경 기자 chang-m1@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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