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내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지난 24일 종가 기준 3900선을 넘은 지 1거래일만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1등인 삼성전자 역시 사상 처음으로 ‘10만 전자’를 달성했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국내 증시가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27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며 대망의 ‘4천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도 장중 10만원을 넘어서는 등 투자심리가 한껏 고조됐다.

이날 코스피는 미중 무역갈등 완화 기대와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이 맞물리며 상승 출발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간밤 NBC, ABC, CBS 등 주요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과 무역 합의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며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예하고, 미국도 추가관세 부과를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의 무역전쟁이 재점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휴전 프레임’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3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양국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지난 24일 코스피는 3,941.59로 마감하며 4,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었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개인이 2조59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기관(1조4,050억원)과 외국인(5,908억원)이 대거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코스피 상승을 견인한 반도체와 2차전지, AI 관련 종목으로 외국인 자금이 집중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번 주는 글로벌 경제의 방향성을 가를 굵직한 이벤트들이 연이어 예정돼 있다. 29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30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각각 열린다. 특히 한미 간 관세 협상 후속 합의가 최종 타결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7월 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1차 협상을 타결했으나, 이후 투자 집행 시점과 방식 등을 두고 조율이 지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액 선불(up front)’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이번 정상회담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의 통화정책도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오는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근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0% 상승해 시장 예상치(3.1%)를 하회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양적긴축(QT) 종료 신호까지 나올 경우, 글로벌 증시 랠리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증시는 이러한 기대 속에 지난주 말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0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79%, 나스닥 종합지수는 1.15% 각각 상승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89% 오르며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코스피 4,000 돌파를 계기로 ‘차익실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4,000선 돌파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최근 급등한 업종의 비중을 조금씩 줄이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며 “PER 부담은 크지 않지만, PBR과 기술적 지표상 과열 구간에 진입한 만큼 조정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주에는 APEC 정상회의, 한미 통상 협상, 미중 정상회담, FOMC 결과 등 기대를 모았던 이벤트가 연속적으로 진행된다”며 “결과가 시장 기대치를 넘지 못하면 단기 고점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는 단기 과열 논란 속에서도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과 글로벌 완화정책 기대에 힘입어 강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4,000이라는 상징적 숫자에 매몰되기보다, 실적 기반의 선별적 투자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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