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삶의 대명제다. 정해진 성공의 방정식을 풀어내느라 오늘도 해야 할 일에만 매달리며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어떻게 재미있게 살 것인가?’라고 질문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을 가지고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산다면 가능하다. 또한 좋아하는 재미를 즐기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더 재밌다. ‘재미있게 산다는 것’은 바로 일상 곳곳에 있으니 함께 누려보자.
강연이라는 소통을 통해 인정을 받고 보람을 얻을 수도 있다.
[시사의창 2025년 10월호=서병철 작가]
“강연 요청드리려고요.
지난 강연 반응이 너무 좋아서요.”
내가 가장 받고 싶은 반가운 전화가 왔다. 물론 새로운 강연 요청도 좋지만, 앙코르 강연이라서 더 기뻤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겸손해야 하지만, 이 순간을 마냥 즐겨야 한다. 왜냐하면 그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하는 것일까. 관종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과연 나만 이런 것일까. 요즘 대세인 유튜브 채널, 동영상, 쇼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보자. 때로는 좋은 정보를 제공하여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중독에 가까워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구독, 좋아요, 댓글 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돈을 버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악플, 늘어나지 않는 구독자 수로 인해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좌절하거나 더 심한 경우 극단적으로 선택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과연 당연한가? 다수의 전문가는 인정욕구는 자연스러우나 인정중독까지 이어진다면 심각하다고 말한다. 인정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극심한 고통과 불행함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서다.
지난 미국 반도체 회사 근무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회계연도가 새로 시작할 때 영업 부서이기에 매우 구체적으로 목표를 수치화한다. 당사가 만든 반제품이 고객의 신규 모델에 적용되어 수명을 다할 때까지 총 예상 매출액이다. 기억에 남아 있는 가장 컸던 총매출액은 3,900억 원이나 되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현실에서 접하기 힘든 액수였으나, 달성하는 경우 넉넉한 보너스를 받거나 승진하기도 했다. 목표를 달성 후 ‘난 직장에서 인정받고 있구나’ 뿌듯해하며 더 열심히 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직급과 연봉이 직장 내에서의 인정 여부를 결정지었다.
그 회사를 끝으로 30년 직장 생활 후, 백수가 되었다. 집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정을 받지 못하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었구나!’라며 괴로움이 밀려오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좋아하는 것을 시도하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한 은퇴 연구소를 설립했다. 1인 기업으로서 직접 연락을 받고 협의 후 결정한다.
강연 후 일정 기간이 지나 강연료를 받는데 잘 알려진 강사가 아니다 보니 강연료는 그리 높지 않다. 잘은 모르지만 낮은 수준일 것이다. 문제는 금액이 아니었다. 상당한 보너스를 받았던 회사 시절과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왜 그럴까. 그들 중 하나(One of them)가 아닌 ‘나’, 직급과 연봉이 아닌 새롭게 창출한 자신만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뒤늦게 진정한 나로서 인정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아가 강연을 통해 참석한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력도 미치고 있는 것 같아 보람도 있다.
인정을 받는 것도 행복처럼 크기보다 빈도수가 중요해 보인다. 회사 다닐 때 연간 단 한 번의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늘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운 좋게도 좋은 성과를 얻으면 씻은 듯이 힘들었던 일들이 사라져서 좋지만, 평균 이하의 경우 다가올 1년을 다시 힘겹게 견뎌내야 했다. 반면에 지금 나의 강연 일정은 불규칙하다. 강연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한 주에 지방 강연 두 번을 포함 네 번을 강연한 적도 있었다. ‘별것 아니네. 뭐야 이러다가 과로사할 수도 있겠네’ 하며 교만한 적도 있지만, 그 이후에 쭈욱 강연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은 고맙게도 자주는 아니지만 간간이 강연이 이어지고 있다. 일 년에 한 번이 아닌 한 달에 몇 번 정도다. 크기가 아니라 빈도수로 인해 인정받고 있다는 행복감을 체험하는 중이다.
“인간 본성에서 가장 깊은 원리는 인정받고 싶은 갈망이다”라고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말한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물질적 욕구를 넘어 사람들이 칭찬, 감사,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정’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욕구 중 하나다. 지금까지 나는 인정받으려 노력하며 살아왔다. 인정의 중심에는 늘 자신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 중심을 이동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듯하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인정받는 것, 물론 중요하다. 나 자신의 인정을 위한 추구는 지속하되 상대방도 인정하는 노력을 병행하면 어떨까. 자신이 인정받기를 원하듯 상대방도 인정받고 싶어 할 것인데.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얼마나 인정받으려는 사람이 많을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을 인정해 주고 있을까. 상대방을 인정해 주는 노력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괜찮은데요” “곁에서 응원할게요”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진정으로 우러나는 말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상대방을 인정하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인정한다면 인간관계도 더욱 깊어진다. 나와 상대방 모두를 인정하는 것이 ‘진정 인정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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