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는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159명이 목숨을 잃고 195명이 부상을 당한 이 비극적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닌 명백한 '참사'였다. 할로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 젊은이들이 좁은 골목에서 압사당한 이 사건은 우리나라 안전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2023년 서울세계불꽃축제


[시사의창 2025년 10월호=하지훈 (전)동아보건대학교 마술학과 교수] 이태원 참사의 주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안전관리 계획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는 대규모 인파 집결에 대한 예측과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단순히 마약단속과 성범죄 예방에만 초점을 맞췄다. 둘째, 현장 위험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할 정보 경찰관이 배치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 셋째, 교통 통제 실패로 인해 구급차 진입이 지연되면서 피해가 확산됐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는 지역축제 안전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지역축제를 개최하려는 자는 축제 개최일 3주 전까지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계획 변경 시 7일 전까지 수정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안전관리계획에는 행사장 수용 인원 산정, 안전관리 인력의 적정 배치 방안, 비상상황 발생 시 대응 요령, 유관기관과의 협조사항 등이 구체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경찰관서는 교통·질서 유지, 범죄 예방, 다중운집 위험정보 수집, 현장 연락관 운영을 담당하고, 소방관서는 긴급자동차 대기, 소방관 배치, 소방안전점검, 현장 연락관 운영 등 화재 및 구조구급에 대비하도록 했다.
축제 개최 전에는 민간 전문가와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참여하는 현장 점검을 실시해 시설물, 소방·전기·가스 설비, 보험 가입 실태 등을 집중 점검한다. 점검 결과 미흡한 사항은 즉시 시정 조치하고, 위법·불안 요인은 축제 전 반드시 보수·보강하도록 하고 있다.

축제안전-부산광안리


올해 가을축제 시즌을 맞아 새 정부는 더욱 강화된 안전관리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9월 12일부터 11월 16일까지를 ‘가을철 지역축제 특별대책 기간’으로 지정하고, 순간 최대 1000명 이상 모이는 축제와 불꽃축제 등 고위험 행사에 대해 집중 관리에 나섰다. 축제사전점검은 기본이고 축제운영중에도 개장 전 후와 운영시간대 불시 점검을 수시로 실시하도록 소방,보건,경찰의 운영 지침을 내려고 있다.
특히 핼러윈 데이인 10월 31일을 앞두고는 10월 25일부터 11월 1일까지 8일간 핼러윈 대비 특별대책기간을 운영한다. 서울 이태원·홍대, 부산 서면, 대구 동성로 등 핼러윈에 연례적으로 많은 인파가 방문하는 27개 지역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인파 밀집도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불꽃축제는 행안부 주관으로 정부 합동점검을 실시해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있다. 한화 불꽃축제의 경우 1천200여 명의 한화 임직원 봉사단을 포함한 총 3천700여 명의 대규모 안전관리 및 질서유지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며, 이는 전년보다 8.7% 늘어난 수치이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축제 안전관리의 표준화를 위해 전국 공통 안전관리 매뉴얼을 작성하여 지방자치단체와 중앙행정기관에 통보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또한 주최자가 없는 축제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가 안전관리 책임을 지도록 법을 개정하여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실질적 안전관리 역량 강화가 더욱 중요하다. 특히 가을철 대규모 축제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지자체별로 인파 관리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실시간 인파 밀집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축제안전 [과천소방서 제공]


이태원 참사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몇 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축제 규모와 특성에 따른 맞춤형 안전관리 매뉴얼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지자체 공무원과 경찰, 소방 등 관련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인파 안전관리 전문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축제 참가자들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홍보와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올해 가을축제 시즌은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 맞는 대규모 축제철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축제 주최자들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축제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관련 주체들의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사전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현장에서의 실질적 대응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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