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적막감마저 감돌던 시골 마을에 서서히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떠나는 이들이 늘고 찾아오는 발길은 줄어들었던 이곳에 몇 년 전부터 청년들이 하나둘 개성 가득한 식당과 스콘 전문점을 열면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바로 경남 남해군 초전마을의 변화에 대한 얘기다. 주민들은 “예전에는 해가 지면 마을이 금세 조용해졌는데, 요즘은 평일에도 북적북적하며, 주말의 경우 외지 손님들로 인해 마을이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며 놀라워한다. 식당이나 스콘 전문점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젊은 관광객들이 가득하고, 식당은 평일에도 점심시간이면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청년들의 도전 정신이 있다. 비단 초전마을만의 얘기는 아니다. 도시 생활을 접고 내려온 청년들은 조용했던 마을에 식당과 카페를 차리고, 마을 어르신들과 협력해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선보이기도 한다. 덕분에 지역 농산물의 판로도 넓어지고, 주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청년 창업 지원책을 통해 힘을 보태고 있다. 창업 보조금과 임대료 지원, 마케팅 교육 등을 통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청년 창업이 단순히 가게 하나를 여는 일이 아니라, 지역을 되살리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초전집 정진후 대표, 너티버터 김정철 대표, 힙한식 심재민 대표
[시사의창 2025년 10월호=정용일 기자] 기자는 지난 9월 8일 월요일 오전 11시경 초전마을을 방문했다. 월요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인해 대기 줄이 상당했다. 어린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는 너티버터에서 구입한 스콘을 매장 옆에 걸터앉아 먹고 있었으며, 20대 초반에서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들은 초전집과 힙한식 입구 앞에서 길게 줄 서 있었다. 그 외 60~70대의 중장년의 손님들도 여럿 보였다.
마을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주민들은 청년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응원하며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려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집은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해 외지인들의 숙소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초전마을은 점점 활기찬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청년 창업이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곧 지역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2025년 청년마을 공모사업 초전마을의 성공사례는 타 지자체들의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식당과 카페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지 주목된다.
이날 기자는 너티버터의 김정철 대표와 힙한식 심재민, 초전집 정진후 대표를 함께 만나보았다. 그중 이곳 초전마을에 가장 먼저 둥지를 틀고 스콘 전문점 너티버터를 오픈했던 김정철 대표가 변화의 첫 출발점이었다.
김 대표는 10여 년 동안 홈베이킹을 취미로 삼아 꾸준히 즐겨왔다. 집에서 오븐을 켜고 새로운 레시피를 시험하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즐거움이었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기본기와 창의적인 감각을 쌓을 수 있었다.
“특히 아내가 유독 좋아하던 스콘에 매료되면서 본격적으로 이 분야를 깊이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스콘이라는 제품은 단순히 ‘빵’의 한 종류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짧은 순간의 여유와 따뜻한 위로를 줄 수 있는 매력적인 디저트죠”라고 말하는 김 대표.
스콘은 커피 한 잔, 차 한 잔과도 잘 어울리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단순히 좋아서 만들었지만, 점차 제 자신에게 ‘100가지 스콘을 개발해 보자’라는 도전을 걸게 되었고, 이것이 곧 브랜드 철학이자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수많은 제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100가지의 이야기를 담은 스콘으로 사람들에게 100가지 행복을 전하겠다는 약속”이라며 화하게 미소 지었다.
이곳을 방문한 수많은 사람들은 맛도 좋지만, 다양한 스콘의 색감과 비주얼에도 큰 호감을 갖는다.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입소문을 통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난다는 것은 확실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 대표는 너티버터의 경쟁력에 대해 바로 다양성과 차별성을 꼽는다. 100가지라는 숫자는 단순한 마케팅용 수치가 아니라, 끝없는 실험과 연구를 통해 가능성을 확장하는 과정이라 말하는 그는 “또한 기존의 스콘이 가진 ‘건조하다’, ‘퍽퍽하다’는 편견을 깨고,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구현했다. 이 점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며, 재방문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남해군의 특산물을 활용한 스콘도 꾸준히 개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남해 흑마늘을 활용한 건강 스콘, 유자를 넣은 상큼한 스콘, 시금치를 활용한 그린 컬러 스콘 등은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남해군을 알리는 홍보대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그러한 계획은 향후 지역 특산물 협업 제품이 곧바로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기념품이자 선물이 되고, 지역 농가와의 상생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의 그러한 생각은 곧 지역 농가, 지역사회와의 상생의 발걸음으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현재 김 대표의 매장은 지역에서 단순히 수익만을 창출하고자 함이 아니다. 세 명의 젊은 사업가가 초전마을에 불어넣은 변화의 바람은 확실히 그들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줬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전마을의 변화의 출발점이었던 김 대표가 생각하는 지자체와 지역 청년 사업가, 상공인들과의 상생은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는 청년 창업가들이 지역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민간의 자발적 수요 창출 + 지자체의 빠른 대응’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저희가 자리한 미조 초전마을도 원래는 작은 어촌 마을이었지만, 편의점과 작은 가게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새로운 발길이 이어졌다. 그 결과, 지금은 초전마을이 남해군 안에서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변화의 조짐을 지자체가 놓치지 않고, 도로·환경·편의시설 개선, 창업 지원 예산 투입 같은 적극적인 정책으로 뒷받침해 준다면, 더 많은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젊은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 대표는 그 유쾌한 변화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매일같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사실 고향이 남해인 김 대표에게 남해는 더 애틋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고향 사랑이 오롯이 지금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해군은 저의 고향이자, 제가 가장 잘 아는 땅’이라 자신 있게 말하는 김 대표는 결국 창업은 자신이 가장 잘 이해하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고 말한다. 그는 “남해는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지역 특산물이 풍부해 디저트 산업과 접목하기에 적합했다. 또한, 아직 미개척된 시장이 많았기에 스콘이라는 아이템으로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했다”며 남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김정철 대표를 포함한 초전마을 젊은 3인방의 새로운 도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 일어날 그 변화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젊은 사업가들의 도전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한편 남해의 작은 시골마을인 초전마을에서 처음 선보인 ‘너티버터’는 폭발적인 수요에 힘입어 남해읍내에 위치한 카페형식의 매장과 경남 창원에 이어 오는 11월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광림교회 인근에 서울 매장을 신규 오픈할 예정이다. 또한 ‘힙한식’ 역시 매장 확장을 준비 중에 있다.
#빈 점포 리모델링 지원: 초전마을은 아직 비어 있는 공간이 많다. 이를 리모델링해 청년 창업자에게 제공한다면, 마을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
#생산 설비 확충: 현재는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지만, 군이 일부 예산을 지원해 준다면 안정적인 생산라인 구축이 가능하고, 이는 더 많은 일자리로 이어진다.
#정착 지원: 창업 초기 몇 년간 임대료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청년들이 ‘안착’할 수 있다.
군 입장에서 예산은 효과와 효율이 중요하다. 초전마을 같은 거점에 투자하면, 작은 비용으로도 군 전체에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 단순 상업이 아니라, 청년 창업 모델, 지역 농가 상생,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
#청년 창업 허브로서 초전마을의 모델화: ‘작은 성공이 모여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비전.
#글로벌 확장과 남해 연결성: 최근 해외 진출(예: 베트남)을 남해군의 이름과 연결해 홍보 효과를 강조.
#장기적 비전(10년 계획): 해군과 함께 만들어갈 미래 그림.
#인구 소멸 위기 대응: 남해군이 가진 현실적 문제와 그것을 해결하는 창업·문화의 힘
Interview 너티버터-김정철 대표
Q. 남해군 기업인·상공인의 입장에서 해당 지자체에 바라는 점 및 남해군이 청년들이 사업하기 좋고 살기 좋은 도시 및 문화·관광도시로 더욱 발전하기 위한 개선점이 있다면
A. 앞으로 저희가 기대하는 것은 남해군의 보다 체계적인 청년 창업 지원 정책입니다.
첫째, 빈 점포 리모델링 지원입니다. 초전마을을 비롯한 남해의 작은 마을 곳곳에 아직 활용되지 않는 점포가 많습니다. 지자체가 인테리어 비용이나 시설 개선을 지원해 준다면, 청년 창업자들이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설비 및 생산 공간 확충 지원입니다. 저희도 현재 초전마을에서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수요에 대응하려면 제과 설비와 생산 공간이 필요합니다. 남해군이 일정 부분 예산을 지원해 준다면,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셋째, 장기적 정착 지원입니다. 초기 창업 지원을 넘어, 일정 기간 동안 임대료 지원이나 공동 마케팅 지원 같은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군이 예산을 투자하는 이유는 결국 효과와 효율에 있습니다. 저는 초전마을이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곳이라고 확신합니다. 작은 투자가 큰 파급 효과로 이어져, 남해군 전체가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해군에서 매장을 운영하기에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대도시에서는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도 치열한 경쟁 탓에 주목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남해와 같은 작은 도시에서는 충분한 아이템과 역량이 있다면, 과도한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남해에서 사업을 하면서 크게 느낀 장점은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지지입니다. 작은 지역사회에서는 입소문이 금방 퍼지고, 주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이는 대도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귀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해군은 짧게 표현하자면 “작은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가 모여 큰 가치를 만드는 곳”입니다.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시도가 군 전체로 퍼져나가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남해군만의 특별한 매력입니다.
Q. 이번 특집 보도건과 관련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저희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이게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작은 편의점으로 시작해 사람들의 발길을 모았고, 이후 맛집과 디저트 가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거리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그 힘을 한 단계 더 확장하고 싶습니다. 초전마을이 단순히 한두 가게가 있는 곳이 아니라, 남해군 전체의 모델 마을로 발전하길 바랍니다. 그 결과, 더 많은 청년 창업가들이 합류하고, 일자리가 생기며, 인구가 늘어나고, 남해가 진정한 문화·관광 도시로 거듭나기를 꿈꿉니다. 저의 최종적인 바람은, 이 거리가 단순한 유행으로 소비되지 않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넘어 지속가능한 청년 거리로 자리 잡는 것입니다. 청년들의 열정과 창의성이 오랫동안 살아 숨 쉬며, 남해군을 빛내는 원동력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