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두 가지 변화는 인공지능(AI) 혁명과 기후위기 대응이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동시에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은 전 지구적 과제로 부상했다. 이 두 메가트렌드의 교차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마주하고 있는데 AI의 발달은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203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적신호가 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AI 기술은 양날의 검과 같다. 한편으로는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여 상당한 탄소배출을 유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이중성은 AI 시대의 탄소중립 달성을 더욱 복잡하고 도전적인 과제로 만들고 있다. 과도한 에너지 부하가 예상되는 AI 시대의 탄소중립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는가? AI라는 기술 진보가 온실가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 보자.
[시사의창 2025년 10월호=최광석 포천시 탄소중립지원센터장] 최근 들어 AI 기술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등장은 AI의 활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대시켰다. GPT-3, GPT-4와 같은 모델들은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McKinsey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가 전 세계 GDP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1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AI가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경제와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기술발달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온실가스 배출 전주기(Life Cycle Assessment)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먼저 AI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하드웨어 제조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탄소배출이 발생한다, GPU, TPU 등 AI 전용 칩의 제조 과정은 기존 CPU 대비 2~3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희토류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환경 부하가 발생한다.
모델 개발 및 학습 단계는 AI의 탄소발자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MIT의 연구에 따르면, GPT-3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는 데 약 1,287MWh의 전력이 소모되어 552톤의 CO2가 배출된다고 한다. 이는 평균적인 미국 가정 121곳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양이기도 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AI 모델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OpenAI의 GPT 시리즈를 살펴보면, GPT-1(1억 1,700만 개 매개변수)에서 GPT-3(1,750억 개 매개변수)까지 불과 몇 년 사이에 매개변수 수가 1,500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학습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과 에너지 소비량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사용을 보면 2023년도 기준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연간 약 200TWh이며 전체 전력 소비의 약 1%를 차지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3~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3년 기준 111개의 데이터센터에서 연간 약 2.6억TWh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더구나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와 정부의 AI 육성 정책에 따라, 이 비중은 2030년까지 2~3%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scope 1, 2, 3 구분 [출처_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AI 고도화, 전자 폐기물 증가로 Scope3배출 크게 증가 예상
AI의 환경적 영향은 직접적인 에너지 소비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의 전과정(LCA) 관점에서 보면 전력소비로 인한 탄소배출, 냉각 시스템의 에너지 사용, 하드웨어 제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과 같은 Scope1,2뿐만 아니라 AI의 고도화에 따른 전자 폐기물의 증가로 인한 Scope3배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AI의 확대와 고도화가 온실가스 배출 증가라는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부문에서 AI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의 정확도를 95% 이상까지 높여 그리드 안정성을 개선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자사 데이터센터에 AI 냉각 시스템을 도입하여 냉각 에너지를 40%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AI 기반 교통 최적화 시스템은 도시 교통 흐름을 개선하여 연료 소비를 10~15%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에서는 AI 기반 예측 유지보수가 설비 가동률을 향상시키고 불량률을 줄여 전체적인 자원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지멘스는 AI를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20~30% 절감했다고 보고했다. AI를 활용한 기후테크의 성장은 기상, 기후와 온실가스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리스크에 대한 예측도를 높일 수 있으며 AI에 기반한 디지털 통합 관리 플랫폼, 분산전원제어 등 지능형 분산 전력시스템의 확대와 스마트 팩토리 전환 등의 확대로 AI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효율화 사업은 전반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포스코는 AI를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통해 연간 에너지 사용량을 5% 절감했다. AI는 용광로의 온도, 압력, 원료 투입량 등 수백 가지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조업 조건예측하면서 불필요한 에너지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AI를 도입하여 불량률을 낮추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AI 기반 예측 정비 시스템은 설비 고장을 사전에 감지하여 가동 중단 시간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낭비를 방지한다.
현대자동차도 AI를 활용한 생산 스케줄링 최적화로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했다. AI는 주문 데이터, 부품 재고, 생산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적의 생산 계획을 수립하면서 불필요한 대기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혁신적으로 줄였다.
AI를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은 제조 현장 뿐만 아니라 건물과 도시의 에너지 관리에서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건물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40%를 차지한다.
AI 기반 건물 에너지 관리 시스템(BEMS)은 이러한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LG CNS가 개발한 AI 기반 BEMS는 건물 내 온도, 습도, CO2 농도, 재실 인원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냉난방 및 조명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건물들은 평균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15~20% 절감했다. 서울시는 ‘AI 기반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건물 100개소에 AI BEMS를 설치하여 연간 약 5,000톤의 CO2 배출을 감축할 계획이다.
특히 시청사 본관은 AI 시스템 도입 후 에너지 사용량을 22%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AI로 인한 효율성 개선이 항상 절대적인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리바운드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인데 즉, 효율성 향상으로 비용이 절감되면 사용량이 증가하여 전체 에너지 소비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로 인해 데이터 처리 효율성이 향상되면 더 많은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전체 에너지 소비는 증가할 수 있다.
또한 AI 서비스의 편의성이 높아지면 사용 빈도가 급증하여 초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수 있다.
EU, AI와 탄소중립 동시에 추진하는 정책 프레임워크 구축
AI의 확대에 따른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럽연합(EU)은 ‘유럽 그린딜’과 ‘디지털 전략’을 통합하여 AI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추진하는 가장 체계적인 정책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2019년 발표된 유럽 그린딜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녹색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EU의 ‘Fit for 55’ 패키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55% 감축하는 목표와 함께,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환경 영향 평가와 관리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ICT 장비에 대한 에너지 효율 기준을 강화하고, 순환경제 원칙을 적용하여 전자 폐기물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2021년 ‘AI 규정법(AI Act)’ 초안을 발표하면서 AI 시스템의 환경 영향 평가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고위험 AI 시스템의 경우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한 EU는 ‘Digital Europe Programme’을 통해 AI와 고성능컴퓨팅(HPC) 인프라에 총 75억 유로를 투자하되, 모든 시설을 재생에너지로 운영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도 AI 강국과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통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발표한 ‘탄소 피크-탄소중립 1+N 정책체계’에서 AI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을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했다.
중국은 특히 AI 기반 스마트 그리드와 에너지 관리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국가전력공사는 AI를 활용한 전력망 최적화를 통해 2030년까지 전력 손실을 50%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또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주요 IT 기업들에게 데이터센터 탄소중립 로드맵 제출을 의무화했다.
세계 각국은 AI시대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탄소중립 융합 정책 지원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저탄소 AI 컴퓨팅 기술개발, 에너지 효율적 알고리즘 설계, AI 하드웨어 친환경 설계, 탄소배출 측정 및 관리기술 등 기술적 정책과제 선정하고 이를 차근차근 추진해 가고 있으며 아울러 AI 탄소배출 측정 표준 개발, 기업 탄소배출과 지속가능보고서 의무화, AI 기술의 환경영향 평가체계 구축, 친환경 AI 개발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 제도적 정책 과제도 아울러 추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AI 탄소 중립 국제협약과 기술공유 및 협력 메커니즘, AI 융합 공동연구 개발 플랫폼 등도 선진국간 기술교류, 다자간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추진, 개방형 저탄소 AI 혁신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글로벌 표준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도 AI 기술 육성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추진하면서도, 동시에 AI로 인한 막대한 전력 소비가 탄소중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AI를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자 패러다임을 전환할 ‘게임 체인저’로 보고,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는 풀스택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AI 정책과 탄소중립 과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엮여 있어, 양립을 위한 섬세한 전략이 요구된다. AI 기술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동력이자 동시에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이기 때문이다.
기술혁신, 제도적 접근, 국제협력의 조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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