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 한미 무역협정


[시사의창=김세전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과 추진 중인 대규모 투자·무역 협정이 국내 의회의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할지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미국과의 전략적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교역 약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해당 협정이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과 법적 구속력이다. 대규모 미국 투자가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돕는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일부 기업은 미국 현지 생산과 고용 확대 요구가 한국 내 일자리와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분야의 미국 현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내 생산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제 협약의 성격을 갖는 대규모 경제 약정은 단순 행정 협정이 아니라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조약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한미 FTA 체결 당시에도 국회 비준 과정을 거쳤다.

정부는 이번 협정을 단순한 투자 약정이라고 강조하며 “의회의 동의 대상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야당은 “국내 기업과 노동시장에 장기적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반드시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라 향후 한국의 대외 경제 전략과 직결된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미국과의 협력 확대는 필수적이지만, 협정의 법적 지위와 국내 산업 보호 방안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오는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쟁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국회가 협정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의 대미 투자·무역 전략과 의회의 견제 역할이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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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전 기자 hogig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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